변백현은 꽤 쉬웠다. 도경수의 말 한마디 정도면 죽는 시늉까지 할거라며 돈내기까지 한 지금 술자리에서도 결국 도경수 때문에 자리를 뜰 정도였으니까. 사랑보단 우정, 우정보단 사랑이라며, 원래 남의 것일 때가 더 탐나는 법이라고. 당당히도 떵떵거리던 그 새끼는 먼 길을 돌고 돌아도 결국 사랑 하나에 못 살고 곧 비실거렸다. 봤지? 또라이야 걔. 익숙하다는 듯...
일상은 막 열매를 맺어가는 과일 마냥 싱그러웠다. 고칠 부분을 찾기도 하고 방을 정리하기도 하며 지낸 날은 어느새 한달을 넘어가고 있었다. 사연 많았던 텔레비전도 이젠 쌩쌩했다. 하지만 진아의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근래 진아는 시내에 있는 실내놀이터에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매일 가고 싶다며 생떼를 부리던 중 방법 모를 백현과의 타협을 본 진아는 ...
진아야. 조심스래 아이에게로 몸을 기울인다. 시곗바늘은 벌써 오후 네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일어나야지. 덧붙여진 말에 진아는 자그마한 손으로 눈가를 긁적였다. 아직도 몽롱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모양인지 경수의 옷자락을 꼭 잡았다. 어제부터 낯선 곳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어서인지 낮잠을 꽤 오래잤다. 아빠… 언뜻 흘러나온 웅얼거림에 눈을 깜빡이기만 하던 경...
차가워! 꺄르륵 거리는 높은 음성과 함께 촤악 거리는 물소리가들려왔다. 경수는 뻑뻑한 눈꺼풀을 부비며 천장을 응시했다. 몸이 찌뿌둥하다. 손을 뻗어 휴대전화를 켜 보니 벌써 오전 10시 35분이 넘어가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출근 시간에 한참이나 늦어 있었다. 이런 점은 좋네. 이불을 반으로 접은 뒤, 거실로 나온 경수는 풀 밭 너머로 뛰어다니는 진아와 백현...
“운치 있네요.” “음.” 가벼운 인사치레 후 조용했던 공간은 백현에 의해 다시 활기가 넘쳤다. 운치라. 경수는 고개를 돌려 군데군데 나있는 곰팡이와 낡은 벽지를 흘겼다. 죄송해요. 전에 와서 조금 치웠어야 했는데. 괜시리 머쓱하다. 백현은 깜짝 놀란 눈을 둥그렇게 뜨더니 마구 손사래를 쳤다. “아니, 아니요! 그런 의미로 말한 거 아니었어요.” 알아요. ...
“유치원 가기 싫어!” 노란색 병아리가 수놓인 가방을 등에 맨 아이가 입을 뚱 내민 채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다. 아침마다 이례적으로 치러지는 전쟁이나 마찬가지인 일이다. 진아야… 이름을 되풀이하여 불러보지만, 볼을 잔뜩 부풀린 아이에게 말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겠나. 남자는 한숨을 쉬며, 벽 시계를 쳐다본다. 벌써 8시 35분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다.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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